유럽연합(EU)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과의 정치 쟁점으로 커지고 있다. EU가 구글의 앱 유통과 검색 관행에 8억9천만 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별도의 AI 콘텐츠 조사와 사이버 대응 조직 확대에 나서면서 규제의 범위가 경쟁법에서 기술주권으로 넓어졌다.
EU가 문제 삼은 플랫폼의 이중 역할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플레이스토어와 검색을 운영하면서 자사 서비스에 유리한 경로를 설계해 경쟁 사업자와 소비자의 선택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디지털시장법은 거대 플랫폼이 시장의 관문 역할을 이용해 자사 제품을 우대하지 못하도록 사전 의무를 부과한다.
구글은 규제가 이용자가 선호하는 실시간 가격·예약 정보와 보안 기능을 약화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여기에는 규제가 시장 경쟁을 회복시키는지, 오히려 서비스 통합의 편익을 줄이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규제에서 기술주권으로
EU는 AI 딥페이크와 불법 이미지, 해킹에 대응하는 조직을 강화하는 한편 미국 소프트웨어와 중국산 산업재·핵심광물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줄이려 하고 있다. 규제 집행과 유럽 내 AI 인프라 투자를 함께 추진하는 이유다.
미국은 이런 조치를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볼 수 있다. 반면 EU는 적용 대상이 기업의 국적이 아니라 시장지배력과 사업 관행이라고 주장한다. 과징금이 무역조사와 보복 논의로 이어질수록 소비자 보호 규칙이 외교 협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변화는 시정명령에서 확인해야
과징금 액수만으로 규제 효과를 판단하기 어렵다. 구글이 앱 개발자의 결제·유통 선택권을 얼마나 넓히는지, 검색 결과의 자사 서비스 배치가 어떻게 바뀌는지, EU가 다른 플랫폼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하는지가 중요하다. 미국의 통상 대응과 EU의 집행 일정이 겹치면 기업은 지역별로 다른 제품을 운영해야 할 수 있다.
해외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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